이번 영화는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며 꼭 쓰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인 <기적(Miracle)>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더 잘됐을 영화라고 생각해서 안타까운 작품입니다. 좋은 배우, 좋은 내용이라는 걸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면 알겠지만, 한창 영화관이 다운되어있던 시기라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우연히 가족이 넷플릭스로 보는 걸 중간부터 보게 되어 <기적>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쉬워하는 이유, 궁금하시다면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기적>의 간단한 줄거리는 청와대에 54번이나 편지를 보낸 '준경'의 소원은 마을에 기차역이 생기는 겁니다. 기찻길은 있지만 기차역이 없는 마을에 사는 '준경'이는 그 소원을 위해 자칭 뮤즈 '라희'와 함께 장학퀴즈, 대통령배 수학경시대회를 나가는 등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왜 '준경'이는 기차역이 꼭 생기길 바랬을까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 <기적>은 기차역이 없어 왕복 5시간을 걸어 다니는 '준경'의 이야기입니다. 그 시절 교통수단은 지금처럼 다양하지도 체계화되어있지도 않아 더 중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준경'에게는 기차역이 생겼으면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죠. 그게 소원일 만큼 말이죠. 그 때문에 청와대에 54번이나 편지를 보내지만 어쩌면 당연하게도 답은 오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 '라희'에 눈에 띄어 같이 일을 진행하게 됩니다. '준경'은 사실 범인이라 하기에는 천재인 그것도 수학천재입니다. 4차원 천재인 '준경'의 비범함을 '라희'는 단번에 알아본 거죠. 둘의 순수하고 알콩달콩한 사건들이 80년대 풍경과 어우러지며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준경'의 곁에는 '라희'뿐 아니라 그의 누나 '보경'도 있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셔 '보경'과 '준경'은 더욱 애틋한 사이로 보입니다. 그들의 아빠인 '태윤'은 원칙주의자의 기관사라서 더욱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태윤'은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준경'도 만만치 않게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태윤'과 어색한 부자 모습이 어디서 본 듯하게 친숙합니다. 기차역은 어림없다는 아빠 '태윤'과 기차역이 생기는 게 소원인 아들 '준경', 이 둘은 서먹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 <시동> 등 여러 작품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배우 박정민이 4차원 천재 '준경'역을 맡았습니다. '준경' 캐릭터가 매력적인 이유는 수학은 그렇게 잘하면서 청와대에 보내는 편지에 맞춤법은 엉망이며 미국의 수도도 모르는 모습이 반전 있는 평범함도 있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54번의 편지를 포함한 '준경'의 노력과 마음이 영화에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도전에 새로 함께하는 '라희'역은 배우 임윤아가 맡아 영화의 비주얼을 완성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아는 여러 작품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었는데 <엑시트>에서 찰떡 캐릭터를 연기하여 더 화제가 되었죠. <기적>에서도 통통 튀는 발랄함과 당당한 매력으로 개성 있게 '라희'를 표현했고 '준경'과의 케미가 풋풋하고 러블리했습니다.
'준경' 아빠 역은 믿고 보는 배우 이성인이 맡아 영화의 퀄리티를 높여주었습니다. <공작>, <남산의 부장들>뿐 아니라 드라마 <미생>에서도 생생한 회사 연기로 대중에게 인정받은 배우로 이번 영화에서도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깊은 눈빛과 현실적인 연기로 가족애를 표현했습니다. '준경' 누나 역을 맡은 이수경 또한 <침묵>으로 제54회 백상 예술대상 최연소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입니다. 항상 '준경'의 곁에서 지지해주는 따스한 누나이면서도 현실 남매 케미로 재미를 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여 <기적>의 한 부분을 알차게 채워주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인 '양원역'을 모티브로 창조한 <기적>의 매력은 1980년대를 배경을 하여 시골마을의 정취와 자연 풍경도 한 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적>의 제작진은 특히 기찻길과 자연이 어우러진 생동감 있는 풍경을 담기 위해 강원도 정선과 삼척, 경북 상주와 여주 등 각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할 정도로 배경이 진심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영화의 주요 공간인 '준경'의 방도 그 캐릭터 설정에 맞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고 하는데 약간의 스포가 하자면 '준경'은 별을 동경하는 아이로 하늘과 가깝고 잘 볼 수 있는 다락방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어릴 때와 달리 천장에 머리가 닿지만 여전히 다락방을 고집하는 '준경'의 캐릭터를 잘 담아내기 위해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게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이야기와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80년대 감성을 자극할 배경까지 완벽한 것 같지만, 놀랍게도 <기적>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랍니다. 그들의 케미와 숨겨진 이야기를 직접 보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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