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마녀(The Witch : Part 1. The Subversion) 후기

요트 2022. 4. 27. 21:49

마녀(Thr Witch : Part 1. The subversion)
영화 '마녀(The Witch : Part 1. The Subversion)', 메인포스터

 

2018년 개봉한 <마녀(The Witch : Part 1. The Subversion)>는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엄마와 함께 극장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사실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너무 흔하고 진부할 거라 기대가 없었고, 당시에 주연인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배우가 어떻게 이 소재를 풀어갈지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박훈정 감독의 큰 그림이었을까 싶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제작 중인 <마녀 2>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이 있는 걸 보면 말이죠. 아직 보지 않았던 분들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마녀> 후기 시작하겠습니다.

 

 

흔한 소재를 새롭게 조합하다

영화 <마녀>의 간략한 줄거리는 어린 시절 기억을 잃고 평범하게 살아온 고등학생 '구자윤' 앞에 의문의 사람들이 찾아와 평화로웠던 '자윤'의 일상이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렇게 줄거리를 설명한 게 이해가 되시겠죠?

반전 요소들이 있다 보니 더 자세히 쓰기가 어렵습니다.. 

 

염력을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 + 이상한 시설 = 히어로물이 가장 잘 떠오르는 소재입니다. 히어로물이라 한다면 또 액션이 빠질 수 없겠죠. 거기에 숨겨진 악당이 있다면 모두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은 있을 겁니다. <마녀>에서는 이런 소재들을 진부하게 늘여놓지 않고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아냅니다. 예고편만 봐도 색채나 분위기가 일상에 가까운 따뜻한 채도와 스릴러 영화에서 보이는 차가운 채도의 반복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액션 미스터리 장르라는 걸 알려주고 있습니다. 더해서 '자윤'이 살고 있는 곳은 소 농장으로 한적한 동네로 한국적인 부분을 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작이니 당연히 한국 요소가 들어가겠지만 위의 소재들이 섞이며 <마녀>만의 미장센이 표현됐다고 봅니다.

 

또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도 신선했는데 + '한국 고등학생'을 섞어 영화에서 잘 보지 못했던 조합을 만들어냈습니다. 해외에는 <킬빌>, <월요일이 사라졌다>, <플레닛 테러> 등 여자 액션이 나름 있지만, 한국에서는 <악녀> 이전이나 이후로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국내에서 '강한 여자'라는 캐릭터가 흥행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녀>에서 나오는 '자윤'과 절친인 '명희'는 한국 여고생의 전형적인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편하고 친숙한 분위기를 보여주며 영화가 낯설지 않으면서 지루하게 가지 않게 <마녀>만의 스타일을 잡아주는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보적인 스타일리시 액션 그리고 음악

영화계에서 가장 흥행 파급력이 큰 장르는 아마 액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시로 존 윅 시리즈, 본 시리즈 등 한국에서 액션 영화 시리즈들은 아무리 적어도 평타는 쳤다고 볼 수 있죠. 우리나라 액션 영화들은 대부분 조폭에 관련된 소재가 많이 쓰이는데 영화 <마녀> 감독, 각본, 제작한 박훈정 감독의 대표작 <부당거래>, <신세계>, <낙원의 밤>도 조폭 조직 누아르 액션 영화입니다. 그래서인지 관람객 입장에서 한국 액션이라고 한다면 조폭, 사투리, 칼, 정장, 아저씨 등 조금 뻔하디 뻔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게 어쩔 수 없습니다. 물론 재미없다는 건 아닙니다. 

 

그 때문에 <마녀>를 보고 가장 충격이었던 건 한국 액션 영화가 이렇게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될 수 있나? 였습니다.

김다미와 최우식의 폭발적이고 탄력적인 깔끔한 액션, 박휘순이 주는 중후함, 조민수가 가진 특유 분위기의 합은 감각적인 세련됨을 가지고 영화 자체를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더킹>, <밀정>의 음악감독인 모그가 가담하여 액션씬의 몰입도를 최대로 끌어주는 배경음악이 정말 영화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배우들의 시너지

제69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수와 <1987>, <남한산성>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박휘순은 이미 보증된 배우라고 할 정도로 <마녀>에서도 자신들의 캐릭터를 완성시켰다고 봅니다. 조민수가 맡은 '닥터 백'은 현실적이면서도 천재 캐릭터의 시그니처인 비인간적인 부분을 자신이 가진 남다른 카리스마로 중심을 잡았으며, 박휘순이 맡은 '미스터 최'는 중압감을 가진 캐릭터로서 극의 무거운 긴장감을 주어 영화에 퀼리티를 높여 주었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는 신예 김다미와 평소 순한 이미지를 가진 최우식이 어울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 했는데 그 예상을 뛰어넘은 시너지가 나왔습니다.

 

김다미와 최우식, 둘 다 선이 부드럽고 한국적인 얼굴로 김다미가 맡은 '자윤'역은 초반에 농장일을 도와줄만큼 착하고 모범적인 여고생이였기에 그런 파격적인 액션씬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귀공자'역을 맡은 최우식 또한 <부산행>에서처럼 평범한 고교생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부드러웠던 선이 날선 바늘이 되어 '귀공자'가 가진 날카롭고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잘 잡아주었다고 봅니다. 비슷하게 보였던 둘의 다른 시너지와 베테랑 배우 조민식, 박휘순의 시너지, 개인적으로 그들의 조합은 최고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캐릭터, 배경, 액션, 음악 등 영화에 보이는 부분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연결된 <마녀>는 마치 잘 짜인 거미줄과 같이 그 관계성이 탄탄하고 하나의 세계관이 잘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한 번쯤 보셨으면 하는 영화 <마녀> 통쾌한 액션, 새롭고 스타일리시한 국내 액션 영화가 보고 싶은 날에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