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봉명주공(Land and Housing, 2020)

요트 2022. 5. 6. 09:59

봉명주공(Land and Housing)
영화 <봉명주공(Land and Housing)>, 메인 포스터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다큐멘터리 <봉명주공>입니다.

2021년 제18회 서울국제환경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관객심사단상과 함께 대상까지 2관왕을 받은 작품으로 5월 19일에 극장 개봉도 확정되었습니다. 당시 재개발을 앞둔 청주의 1세대 아파트 봉명 주공을 두고 사계절을 담은 영화로 우리 주변에 사라지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호평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한때 뿌리내렸던 마을', '당신의 추억 속에 움튼', 포스터의 카피 문구와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푸른 전경이 카메라의 시선을 잘 나타내어 영화의 의미가 잘 와닿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의 동네도 봉명주공단지처럼 나무가 많아 동질감이 느껴지는데 <봉명주공>은 재건축을 앞두고 어떻게 변할지 또 그곳에 살던 거주민들은 어떤 마음일지 궁금합니다.

 

 

<봉명주공> 소개와 연출 의도

 

"곧 사라질 그곳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봉명주공을 찾아오기 시작한다"

우리가 남기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요? 

 

1980년대에 지어진 청주 봉명동의 1세대 주공아파트, 일명 '봉명주공'은 다른 아파트들과 다르게 1층과 2층의 저층 연립주택 건물들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흔히 불란서 주택이라고 부르는 이 아파트는 건물보다 높게 솟은 조경수와 거주민들이 심은 다양한 종류의 꽃과 과일나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울타리 없이 이웃과 소통하며 지내던 생활은 요즘의 아파트 단지라기보다 하나의 작은 마을과 가까운 곳이었죠.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는 사람들의 애써 담담한 태도를 울창하게 자란 꽃과 나무들의 마지막과 느슨하게 엮어 담았다고 합니다.

철마다 각양각색으로 물드는 나무와 놀이터에서 쉬어가는 새들, 골목을 지키는 동네 고양이들, 동네에 울려 퍼지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 떠나가는 주민들은 저마다 봉명주공에서의 추억을 남기겠죠. 

 

영화 <봉명주공(Land and Housing)>, 스틸컷

 

<봉명주공>의 감독은 "봉명주공에는 유독 나무들이 많았다"며 주민들이 심은 열매나무들이나 당산나무 같은 오래된 큰 버드나무는 재건축이 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알아보니 공사를 할 때 나무가 없어야 수월하니 나무 기둥을 자르고 뿌리는 긁어냈다"라고 전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옮겨지는 나무는 없고 전기톱에 힘없이 쓰러지는 나무들이 담겼습니다. 감독은 " 나무들이 순식간에 잘려나가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무가 쓰러지며 가지들이 부러지는 소리가 마치 뼈가 부러지는 것처럼 편치 않게 들렸다"라고 합니다. 관객들 또한 그런 장면에서는 안타까운 한숨소리를 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을 담는 

 

봉명주공(Land and Housing)
영화 <봉명주공(Land and Housing)>, 스틸컷

 

영화 <봉명주공>의 감독 김기성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소재를 찾다 우연히 재개발이 된다는 봉명주공을 보고 이곳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저 건물이 허물어지는 '사라짐'이 아니라 이 아파트가 만든 그 안에서 형성된 문화나 분위기에 초점을 잡았죠. 봉명주공은 아파트지만 동네라고 느껴질 만큼 주민들끼리 반상회, 김장 담기, 나들이 등 같은 세대를 지나 또래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동네만의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김기성 감독은 그런 것들의 '사라짐'도 의미를 두고 아파트를 주거 공간이라는 측면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 문화가 만들어져 이어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서울환경영화제 피터 오브라이언 심사위원은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사례를 제시라는 뛰어난 작품"이라 평하고, 서울독립영화제 박광수 예심위원은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과 더불어, 세월이 쌓이며 만들어진 사람들의 관계가 그것의 풍경들, 그러니까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게 되는 소멸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임을 말하는 영화가 바로 '봉명주공'"이라고 호평했습니다. 

 


아파트 개발에 대해 더 좋은 집, 더 깨끗한 집을 만드는 건데 뭐가 문제인가?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 말도 맞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그런 의미로 집을 짓는 것이 아닌 부동산, 아파트 가격 같은 경제적인 관점이 목적이 되어 주거 공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관점으로 봤을 때 그렇게 집이 생겨나는 것이 좋은 건가? 이런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미래에 도움이 될까? 의문을 던져보고 생각해보는 일은 좋은 사회가 되는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봉명주공> 한번 보시고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